이제는 ‘시리즈’라는 호칭으로 자주 불리게 된 TV 드라마는 여전히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TV 드라마를 TV가 아닌 매체를 통해서 보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TV 드라마라는 명사는 각종 플랫폼을 통해서 방송되는 시리즈들을 통칭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TV 드라마와 관련된 매체, 산업, 기술 등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그런데 작품을 제대로 읽고 해석하기 위한 미학적 개념과 이론은 종전과 거의 다를 바가 없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저자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예술 텍스트 분석에 유용하다고 판단되는 기존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려고 노력했다. 즉 이 책의 내용 대부분은 기존에 발표된 각종 연구 자료 및 논문들을 조사하여 재분류하고, 중요한 부분들을 인용하거나 재해석한 것이다.또한 과거 TV 드라마 이론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OTT 서비스 관련 내용도 기존의 자료들을 정리하여 제시했으며, 저자의 전공과 관련이 깊은 러시아 OTT 산업에 대해서도 집필했다. 이 글은 국내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자료임을 강조하고 싶다. OTT 서비스 이외에도 현재 TV 드라마의 중요한 원천 콘텐츠로 급부상하고 있는 웹툰에 대한 내용도 지나칠 수 없었다. 이 책에서는 TV 드라마로 방송된 웹툰 작품을 분석하여 영상과 웹툰이라는 상이한 텍스트 분석의 사례를 제시하였다. 이 책에서 제시되는 텍스트 분석 이론 대부분이 러시아 이론인 것은 저자의 전공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지만, 이 이론들이 실제 텍스트 분석에 매우 유용한 개념인 것은 틀림없다.우리는 현실을 반영하는 TV 드라마를 보면서, 동시에 TV 드라마의 영향을 받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즉 우리는 현실과 TV 드라마의 상호 영향이라는 독특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TV 드라마를 보면서 울고 웃고, 뻔한 이야기에 감동하면서도 그것을 비난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TV 드라마는 고상한 인격체가 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면서도, 그가 속물성을 마음대로 드러내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이 책은 TV 드라마의 이러한 매혹성을 본격적으로 즐기기 위한 기초 지식을 정리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TV 드라마에 대한 학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TV 드라마가 주는 미적인 쾌락을 즐기기 위한 안내서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 부디 이 책이 TV 드라마 시청자들에게 TV 드라마를 만끽하기 위한 유용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