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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day Phi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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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이 불공정하다고?

  • 작성자 철학과
  • 등록일 2025.05.16
  • 조회수 175
  • 작성자 신지영
대문이미지 : 아래 그림으로 제공된 책의 원저 표지 

근래에 아주 듣기 불편한 말들이 돌아다녀서 새삼 <평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 말들이라는 것은 이를테면 "어디 근본도 없는 것들이..."라든지, "어디서 굴러먹던 XX냐 ..."라든지 하는 것들이다

근본을 따지는 이 말은 굳이 규정하자면 혈통을 따지는 것인데, 

조선시대 말기에 가면 족보를 사는 행위 뿐 아니라 

족보 제작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여 가상의 선조를 만들어 족보를 제작하는 방식으로도 양반이 된 사람들이 많아 

양반 비율이 절반을 훌쩍 넘겨버렸고, 

심지어 현재 대한민국은 국가의 모든 권리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공화국>인데 

저 말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근본>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한창 궁금한 것이 많았을때 나는 '인류는 언제부터 불평등해졌을까'를 고민하다가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이라는 책을 읽게된 적이 있다

흔히 '자연으로 돌아가라'와 같은 간단한 문구로 유명한 루소이니만큼, 

그에게 인간의 불평등은 자연상태에서는 없었고 

<사유재산>이라는 제도가 도입된 후에 발생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었다

이러한 진단을 보면 아마 많은 현대인들이 불평등을 문제로 여기고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명시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은연중에 사유재산을 문제삼는 공산주의적 시도가 아닌가 의구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날 일부 사람들은 이 불평등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를 시정하려는 시도, 상속세나 법인세나 투자세 등 세금으로 부를 재분배하려는 시도들을 공산주의 혹은 사회주의적 시도로 비판하며 

심지어 "평등은 불공정하다 Equal is unfair"는 주장을 하기에 이른 것 같다 


IMG_143855937.png

야론 브룩, 돈 왓킨스 저, 『평등은 불공정하다』 표지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이 책의 중요한 취지는

 "공정은 평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업적이나 결과에 따라 공평하게 대우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혹시 그 유명한 능력주의meritocracy를 말하는 것인가? 

저자들은 매우 합리적인 주장을 하는 것 같지만, 

많은 사실과 가치들을 왜곡하고 개념을 단순화하여 합리적인 외양을 띠고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 맞다

각자 가지고 태어난 능력도 다르고 

그 능력으로 생산해내는 양도 질도 다르다 

그런데 사회마다 어떤 능력과 어떤 생산에 더 많은 보상을 하는가 하는 문제는 

능력과 관련하여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각 사회와 시기마다 문화나 가치에 따라 다르다, 즉 상대적이다 

단적인 예가 의사 아닌가?

조선시대에 의사는 기술자, 중인에 불과했고, 

임금이 죽으면 어의는 목숨이 온전치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매우 높이 평가받고 존경받으며 큰 돈으로 보상받지 않는가?

즉, 보상의 크기가 사회별로 각 능력에 대해 다른데, 

이는 보상이 그의 능력만 측정하여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능력에 대한 보상이 다른 능력에 대한 보상보다 훨씬 더 크고 또 집중되고,

다른 능력은 하찮게 여겨지는 바람에 보상이 작고 심지어 생존에 문제를 일으킬 정도라면

사회 전체의 차원에서 부를 재분배하여 서로 같이 잘 살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  

하나의 능력도 시대에 따라 재분배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그 주체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사회를 전체적으로 보자면 나는 언젠가는 돕는 사람이 되고 언젠가는 도움을 받는 사람도 되는 것인데, 

이러한 분배를 불공정이라고 주장하면 정말 곤란하다 

능력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선조로 생각하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도 <분배의 정의> 개념이 있다 


사유를 깊이하지 않고, 

그 사유의 결과가 이기적인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주장되지 않은 것을 주장한다고 해서, 

그 주장이 언제나 새롭고 독창적인 것은 아니다

그 생각은 가볍고 짧고 피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인류가 지금까지 차마 그러한 주장*을 소리높여 하지 않은 것이다 

[*평등이 불공정하다는 주장]


20세기 말 지니계수는 0.67인데, 

이 말은 세계 인구 중에 하위 2/3에게 소득이 없고, 상위 1/3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라 한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사회 전체의 부를 일부 이동시키는 분배가 불공정하다는 것인가?

그의 모든 것을 빼앗는 것도 아닌데? 


평등의 가치는 서로 다른 개인들을 획일화하거나, 모두에게 같은 생활비를 분배하는 가치가 아니다 

그것은 쉬운 말로는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우리나라에도 있어왔던 가치이고, 

심지어 능력주의의 창시국인 미국의 독립선언서에도 있는 가치이다 

"All men are created equal" 

독립선언서의 명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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