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이미지 : 대한민국 축구팀
6월 25일, 남아공과 한국의 월드컵 예선경기가 치러진 이후,
우리나라는 전국민이 비슷한 이유로 깊이 상처받은 것 같다
이번 경기는 우리가 수십 년 겪어온 고질적인 문제들이 곪아서 터져나온 흉물과도 같았다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이 월드컵 예선경기전에 눈물이 고인채 무거운 마음을 억누르면서
그래도 우리팀을 응원해달라고 호소하는 쇼츠를 봤는데,
내 마음이 차가워서 그런지, 나는 오히려 경우의 수에 의해 32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무산된 것이
올바른 결과이고 또 그렇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문제가 산적한데도 요행히 결과가 나오면 문제를 대면하는 시기만 늦어질 뿐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문제를 가리키는 일반명사가 되어버린 <홍명보> 현상,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지만, 어떤 문제들이 누적되고 겹치고 곪았는지 열거해보자

사진출처: 뉴시스
1. 끼리끼리 나눠먹고, 약속된대로 밀어주는 자리
1.1. 끼리끼리 수뇌부 운영
1.2. 비합리적 선수기용과 경기운영 - 특정 선수에 대한 이해못할 특혜성 기용, 세계적으로 인정된 선수 벤치에 앉혀두기
2. 여론은 무시하고 조직의 기득권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된 사항 밀어부치기
3. 감사 무용지물
4. 연구하지 않는 감독, 합리적이지 않은 전술
왜 그런가?
그들[리더쉽]은
1. 축구에 진지하지 않다
- 만약 그들이 진지했다면, 우리나라의 가용자원을 가능한한 모두 물색하고, 가능한 가장 좋은 선수 기용과 배치를 고안하고, 전술들을 비교 분석하고, 현장상황에 맞춰 대응했을 것이다 전술과 노력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없어보였다
2.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 비전이 없다
- 만약 그들에게 미래 비전이 있다면, 리더그룹에서 키우는 선수들이 특혜를 받는 것 같고, 국민들이 보기에 실력있는 선수들이 배제되는 상황이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망가뜨릴 것이라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3. 진정으로 이기고 싶은 생각이 없다
- 진정으로 이기고 싶다면 팀을 합리적으로 운영해야만 한다 그러나 국민의 분노는 그 운영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에 증폭된 것이다
왜 ?
1. 기득권 유지 -그들은 자기들이 지금 누리는 기득권을 지키고, 대대손손 물려주는 것만이 최고의 관심사이다
2. 국가기관의 무능 - 운영자금의 30프로가 세금으로 충당되는 상황에서 조직을 견제해야할 정부와 국가기관은
기득권자들끼리 서로 보호해주는 체계 덕분인지 제대로 감시하고 일을 바로잡지 못한다
3. 대한민국 축구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안타까워하는 축구인은 소외되고, 권력에서 배제된다
4. 축구인이 배제되는 마당에 여론이 반영될 리가 없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나는 현상에서 원인으로 나아가는 연역적 사유의 과정을 나열해보려고 노력했다
결과와 원인의 변별이 정확한 것인지는 자신이 없다
하지만 이 리스트들에서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이 "대한민국 축구에 대한 비전"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축구 평론가들이 우리나라의 축구를 지금의 일본 축구와 비교하면서,
한때 우리나라보다 약했던 일본 축구가 지금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이 안정적이고 체계적이며 수준이 높다고 말하면서
그들은 수십년전부터 이미 일본 축구에 대한 100년 계획을 세우고,
하나하나 실제로 이루어나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9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나와 비슷한 세대들은
축구나 야구나 우리가 일본을 자주 이겼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우리는 일본과 실력이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나, 일본 선수들은 우리나라 선수들만큼의 투지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30-4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에서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들은 제법 많아졌는데도 불구하고
팀으로서의 대한민국은 여전하거나 퇴보했다
누가 그 책임을 져야할까?
이런 문제들이 하루아침에 불거진 것도 아니고,
우리가 이 문제들에 대해서 항의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정부가 감사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선수 개개인이 노력하지 않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남아공과의 경기를 보면서 마음이 그렇게도 무거운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 문제가 단지 축구계에만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우리는 아주 잘 알고 있지 않는가
나는 이런 종류의 문제가 우리나라 곳곳에서 크고 작은 공공기관과 사기업, 크고작은 조직, 크고작은 각종 모임, 협회 등에서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아래와 같달까?

온 국민이 쳐다보는 조직이 이와같이 운영되는데 다른 조직이야 어떨 것인가
바라건대 이번 일이 우리에게 100년을 내다보는 진지한 첫 걸음을 내딛게 되는 계기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