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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와 경도, 지도제작cartographie

  • 작성자 철학과
  • 등록일 2024.12.24
  • 조회수 121
  • 작성자 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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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쪽을 위로 해 제작된 프라 마우로의 세계지도. 

원형 밖의 왼쪽 위가 천계도(天界圖) 이고, 아래가 지상의 낙원, 오른쪽 아래가 대권도(帶圈圖) 

출처 : 월간산(http://san.chosun.com)


들뢰즈와 가타리는 총 네권의 중요한 공저를 남겼다 

앞선 FAQ에서 여러차례 언급했듯이 그 가운데 『자본주의와 분열증』 두 권은 번역으로 거의 2000페이지에 달한다

사람들은 <공저>기 아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궁금해했다

위의 두 권 중 2권에 해당하는 『천개의 고원』MP 1장 <리좀>에는 두 사람이 어떻게 작업했는지 일부 묘사되어 있다 


"우리는 이 책을 고원들로 구성했다. ..

매일 아침 일어나서 우리는 각자 어떤 고원을 선택할 것인지를 자문하고,

여기 다섯 줄, 저기 열 줄을 쓰곤 했다... 우리는 우리에게 어울리는 적합한 방식을 알지 못했다...

우리는 단지 몇 단어를 골랐고, 그 단어들이 나름대로 고원으로 기능했을 뿐이다

리좀학 = 분열분석 = 지층분석 = 화행론 = 미시정치 "(MP, 49~50쪽)


두사람이 고른 다섯 개의 단어들 가운데 <지층분석>은 지리학적 개념이고, 

이와 더불어 지도제작, 위도와 경도 뿐 아니라, 고원, 다지고 고르는 건축적 개념 등이 따라나온다

그리고 이 개념들은 현대 지리학의 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도제작 그리고 위도와 경도는 <리좀>과 『천개의 고원』 전체 외에도 

다른 짧은 글들에 조금씩 등장한다 

스피노자와 관련한 글, <스피노자와 우리>(『들뢰즈가 만든 철학사』, 123쪽)를 보면 

스피노자가 신체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하여 이렇게 썼다

 "중세의 용어 또는 지리학의 용어를 빌려 말하자면 우리는 그것을 경도와 위도에 의거하여 정의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다른 FAQ(차이의 철학은 상대주의인가요?)에서 일부 다루었던 좌표의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한다 그때 우리는 다음 두 좌표를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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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로부터 초월해 있는 좌표로 존재의 각 위치를 표기하는 방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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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좌표가 일치하는 내재적 기하학을 말이다 

두번째 기하학은 정확히 위도와 경도로 위치를 표시하는 지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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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아래의 그림에서처럼 적도로부터의 거리 혹은 각도 Φ 에 따른 선들이 위도latitude이고

특정 기준선으로부터의 거리 혹은 각도 λ 가 경도longitude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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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의 아이디어는 우선 내재성의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그는 <중세의 용어 그리고 지리학의 용어>를 빌린다고 하였다 

중세에서 그리고 지리학에서 위도와 경도를 사용하여 지도를 제작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대문 이미지와 문서의 첫 이미지는 중세 지도의 이미지이다 

중세의 지도가 가지는 특징은 지리적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려고 한다기보다는 

종교적, 철학적, 상징적 세계관을 반영했다는 데 있다 

예루살렘이 세계의 중심에 배치된다든지, 

해가 뜨는 동쪽에 에덴동산을 위치시킨다든지, 신화적 동물이나 천사를 그려넣는 식이다 

현대의 지도라고해서 완전히 객관적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너무 많은 논쟁점들이 있지만 한가지만 말하자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메르카토르 투영법은 유럽과 북미를 크게, 아프리카와 남미는 실제보다 작게 나타낸다]

근현대인의 세계관에는 삭제된 것들, 영적인 것, 상상적인 것, 괴물까지도 포함시켜둔 

다양성 등을 반영한 점이 특징이다


중세와 지리학적 용법의 지도제작, 위도와 경도 개념을 사용한다는 것은

그러므로 근현대 분류학과 철학이 사물과 존재를 기능과 기관을 통해 이해하고 

주로 형태라는 좌표로 위치시키는 데 반하여, 

이를 <할 수 있음>과 <속도>를 통하여, 

스피노자의 개념으로 말하자면  affection들을 통해 이해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다시 말해서 존재를 기관과 기능, 형태 등을 통해 미리 전제되어 있는 분류틀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실험해가면서 

그의 affections을 한 지점 한 지점 찍어 지도를 그리겠다는 뜻이다 

이것이 달리 말하면 행동학ethology이고, 스피노자식 에티카ethika이다 


들뢰즈-가타리의 유명한 예를 보자면, 그들은 

수레를 끄는 말은 경주마보다 소와 더 가깝다고 하였다

이것은 어떤 말을 단지 기관과 형태를 근거로 무조건 <말>로 분류하면 안되고, 

그 말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와 관련하여 그 위치를 지정해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각자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국면에서 어떤 속도로 가고 있는지, 

나는 어디에서 느린지 등을 스스로 경험하고 나서야 

나의 지도를 그릴 수 있는 것이다

행동학, 혹은 차이의 윤리학은 

자신의 힘을 실험해보고 그 속도와 위치 그리고 할 수 있음 등을 겪으면서 

자신의 좌표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의 할 수 있음을 무한히 분기시키는 것, 

그것이 또 다름 아닌 리좀이다 


아래의 지도는, 딱 맞는 예시인지 모르겠으나, 

행복함이라는 affect를 놓고 세계의 지도를 그려본 사례로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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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146개국을 대상으로 

'2022 세계 행복보고서'(2022 World Happiness Report) 발표함. 이에 근거한 세계행복지도 

출처 : 매드타임스(MADTimes)(http://www.madtime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