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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신유물론의 도착
생각나는 이름을 열거해보자면,
제인 베넷, 카렌 바라드, 로지 브라이도티, 도나 해러웨이, 아연 클라인헤이런브링크 등이 신유물론,
사변적 실재론, 객체지향 유물론, 생기적 유물론 등으로 불리는 연구자들이다
이 모든 타이틀들은 크게 신유물론으로 묶인다고
보면 된다고들 한다
근래에 나는 제인 베넷의 <생동하는 물질>과 아연 클라인헤이런브링크의 <들뢰즈의 사변적 실재론>을 읽어보았고,
또 이런 저런 관련 책들을 살펴보았다
그들이 들뢰즈의 많은 개념들을 사용하고 있고, 들뢰즈-가타리에 대해 일부 비판하더라도 그 사상을 상당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보였다
신유물론이 이렇게 세계적으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광범위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크게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 한편 이해는 간다
아마 신유물론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별 것 아니고, 자연을 이루는 수많은 것들 중 하나일 뿐이며,
사실 돌멩이도, 쓰레기도, 고양이도, 돼지도 인간과 같이 느끼고 생각한다
그들은 모두 행위자다. 즉, 우주의 모든 것들은 동등하다"
인류는 그간 자연과 동물에 대해서 지나치게 잔인했고 그것들을 대상화했다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으며 우리는 그것이 모두 인간 때문이라고 자책하고 있다
제인베넷은 이렇게 썼다
“나는 살아있는 물질lively matter과의 조우가 인간의 지배mastery라는 나의 환상을 벌하여 바로잡으리라는 것을...믿노라.”
-<생동하는 물질> 영어 122, 우리말 195.
그러나 그 자책에 더 깊은 성찰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자책과 죄책감이 나 자신을 포함한 인간 종에 대한 증오가 되고,
대상, 즉 자연 혹은 동물은 인간의 흉측한 성질을 가지지 않은 아름답고 깨끗하고 숭고한 대상이 되어버릴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그 과오를 겪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이전 FAQ에서 다루었던 해러웨이의 동물에 대한 주장도,
자기가 키우는 강아지에 대한 사랑이지, 생명, 무기물, 우주 전체에 대한 사랑이 아니지 않는가?
우리는 항상 우리의 친숙한 일상을 망가뜨리는 자연과 함께 살고 있는데,
그 찢어지는 아픔까지도 사랑해야 진정한 사랑이지, 내 강아지와의 친숙한 일상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슨 주장이 될 수 있는가?
그것은 사유의 넓이를 전혀 확장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닌가?
잠시만 생각해보아도, 인류는 자연의 일부이므로 인류의 흉측함은 자연의 속성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자기 자신의 속성조차 품어 안아야만 인류의 과오를 회복할 다음 스텝이 발견되지 않을까?

또
들뢰즈는 "사물의 눈", "사물이 본다" 와 같은 말을 하는 바람에,
신유물론자들이 "쓰레기, 전기, 비닐봉투, 고양이, 돼지 등도 사람처럼 감정을 가지고 있고,
더 나아가 생각한다"고까지 말하게 하기에 이른 것 같다
그러나, 들뢰즈가 말하는 저 "보다voir/see"는,
"내가 본다, 그가 본다, 신지영이 본다, 김**이 본다....." 등의 개별 주체들의 역사와 함께
조정되고, 틀지워지고, 왜곡되고, 채색되는 여러 보는 행위들에 접혀들어가 있는,
혹은 혼합되어 들어가 있는 어떤 진액같은 것, "본다" 그 자체와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개별 주체들이 보는 것 속에서 그 봄 자체를 끄집어내거나arracher, 추출해내는extraire 그런 과정으로부터
발견하거나 창조할 수 있는 그러한 봄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신유물론자들은 이러한 사유를 어떻게 그렇게 편의적으로 전용하는지,
이 맥락을 거꾸로, 사물들이 마치 인간처럼 본다고 받아들여버린 것이다
들뢰즈에 대한 많은 말들을 들어보면
종종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비난의 요체가 되는 것 같을 때가 많다
어렵다
어려운 것이 비난받아야될 일인가?
그렇게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어쩌면 어려운 것이 강력한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뢰즈의 비인격주의impersonalism가
물론 모든 신유물론자가 그런 것은 아니겠으나,
인간을 세계에서 축출하고, 인간을 증오하는 사유의 기반이 되는 것을 넘어서,
모두가 동등한 바람에 인간과 기업의 책임도 역시 1/n로 줄여야된다고 생각하는 궤변에 이르게 되다니(제인 베넷의 경우),
정말 가슴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