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화오션이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 정비를 마치고 출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발 호재가 단순 기대감만이 아니라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월리 쉬라호 정비는 국내 조선사가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을 유치한 첫 사례다. 한화오션은 이 사업 말고도 지난해 11월 추가 MRO 사업을 추가로 계약하는 등 올해만 5~6척 수주를 목표로 삼았다. HD현대는 2~3건의 MRO 사업 수주를 목표로 삼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해 MRO 사업 입찰 자격 요건인 미 해군 함정 정비 협약(MSRA)을 체결하면서 MRO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함정을 비롯한 특수선을 만드는 '특수선사업부' 근무지를 부산으로 확대하는 등 MRO 관련 인재들을 채용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부산에서는 조선해양기자재 업체들의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부산에는 전국 조선해양기자재 업체 52.9%가 몰려있고, 이들 업체가 거두는 연간 매출액도 전국 79.4%를 차지한다. 지역 조선해양기자재 업계에서는 특히 MRO 부문 확대에 기대감이 높다.
국내 업계는 추후 MRO사업이 본격화하면 한국산 부품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각 기업이 생산하는 부품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특수한 무기 부품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호환가능한 부품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예상이다.
파이프를 제조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밸브, 도장, 파이프 등 일반적으로 배에 들어가는 기자재의 경우는 납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정비함을 선조한 경험이 있는 한 조선소 관계자는 “통신이나 레이더 장비 등 무기 사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부품을 제외하고는 부산의 기자재 업체가 납품하는 부품 사용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조선소에서 MRO사업이 진행되면 부품도 근처에서 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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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조선업 관계자는 “통관이나 부품 조달 시간 문제도 있고 연이어 MRO사업을 수주하게 돼 한국 부품에 대한 신뢰가 생기면 국산을 사용하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 조선업계가 미 군함 신조까지 맡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한미 양국이 MRO 사업을 통해 교류를 확대하면 신조까지도 확장할 수 있다는 것. 한 조선업 관계자는 “전투함과 같은 핵심 군함 신조는 보안 문제가 있지만 보조선, 정비함 시장은 충분히 노려볼만 하다”며 “군함은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거치는데 기본설계는 미국에서 하더라도 상세설계는 한국 조선소에서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부산의 한 부품업체 관계자도 “군함 건조시간이 일반 상선보다 2~3배 더 걸려 얼마나 한국이 신조를 하게 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배의 크레인을 제조하는 한 기자재 업체 측은 “기자재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기회는 열렸다고 보고 있다”며 “다른 나라 군함에 납품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발표하는 내용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